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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야기

나의 축구 이야기 #2

  TV를 통해 축구를 봤던 가장 오래된 기억은 94년 미국 월드컵인 것 같다. 조별 예선 3경기를 모두 봤다. 미국과의 시차로 인해 주로 우리 나라에서는 아침 시간에 경기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첫 경기였던 스페인과의 경기는 학교 교실에서 본 기억이 난다. 담임 선생님께서 교실 TV로 보여주셨다. 아침 조례와 1교시 수업을 생략하고 봤던 기억이 난다. 특히 서정원 선수의 후반 막판 동점 골과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세레머니는 잊을 수 없다. 지금도 월드컵 때만 되면 방송에서 보여주는 명장면이 되었다.(아래 동영상에서 확인) 여담이지만 94년 미국 월드컵 시기 전후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습이 한명 씩 인쇄된 게토레이 음료수가 판매되던 것이 기억난다. 선수들 별로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우리 집 앞 슈퍼에는 현 대구FC 감독인 이영진 선수가 새겨진 것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께서는 여느 평범한 우리 나라 남자들처럼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집에서도 거의 빼놓지 않고 국가 대표팀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또 기억에 남는 경기는 96년에 A.C.밀란이 방한해 벌인 국가대표팀과의 평가전이었다. 그 경기 전에 유벤투스와의 경기도 있었지만, 밀란과의 경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골키퍼보다 한발 앞서 볼을 터치하는 서정원 선수의 감각적인 로빙 슛이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 서정원 선수의 골은 대략 2분 부터 시작)


                        



  축구 경기는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축구 프로그램이 있다. 정확한 년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90년대 한창 2002 월드컵을 유치 붐이 일었을 때 MBC에서 차범근 위원이 나와서 분데스리가 경기 하이라이트도 보여주고 월드컵 유치 홍보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였지만 그 프로그램을 통해 짧게 나마 해외 축구를 접할 수 있었다. 

  사실 이 때까지는 너무 어려서 축구를 본다해도 선수 이름이라던가 유명 클럽팀을 아는데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에 대해 좀 더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국내 선수들 뿐만 아니라 해외 선수들에 대해서도  많이 듣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 것은 아마도 네덜란드에 당한 충격적인 0:5 패배가 일조한 면도 있다. 당시에 새벽에 일어나서 봤는데, 큰 스코어차 때문인지 몰라도 네덜란드의 축구는 너무 경이로워 보였다.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은 역대 대표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인 팀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베르캄프, 클루이베르트, 다비즈, 데부어 형제, 젠덴, 오베르마스, 코쿠, 셰도르프, 스탐, 반 데 사르 등 지금 들어도 정말 ㅎㄷㄷ한 멤버들이다. 


98년 월드컵 네덜란드 대표팀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리 나라는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이동국이라는 미래를 봤다. 네덜란드 전에서의 중거리 슛은 유효 슛팅은 아니었지만,  조그마한 희망을 보여준 느낌이었다. 그 덕분이었는지 내 기억으로 월드컵 이후에 K-리그가 어느 정도 부흥기를 맞았던 것 같다. 수원의 고종수, 부산의 안정환, 포항의 이동국,  트로이카라 불리던 이 세 선수의 인기가 엄청 났던 것 같다. TV에서 본 대우 로얄즈 시절의 구덕운동장 만원 관중이 아직 기억이 난다.
 

K리그 트로이카 시대를 연 고종수, 이동국, 안정환



  해외 축구 대한 관심에 더욱 불을 지핀 것은 역시 유로 2000이었다. 그 전까지는 대회 명칭에 '유로(Euro)'라는 말을 붙이지 않다가 2000년도 부터 붙였던 것 같은데, 아무튼 유로 2000은 정말 멋진 대회로 기억에 남는다. 당시 유로 2000 이 시험기간과 겹쳤었는데, 시험공부하다가 새벽에 졸릴 즈음에 경기가 시작해서 중계를 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예선부터 거의 전 경기를 봤던 것 같다. 특히 4강에 올라온 4팀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네덜란드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당시까지만 해도 지금은 여러 나라로 갈라진 유고가 출전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유로 2000 프랑스, 이탈리아


유로 2000 네덜란드, 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