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이야기

[AFC 챔피언스 리그] 전북 vs 광저우





  경기가 끝난지 1시간이 다 되어 가지만, 쉽사리 충격은 가시지 않는다. 

  최종 스코어 1:5

  순서를 바꿔 쓴 것이 아니다. <전북 1: 5 광저우>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나 뼈아픈 결과다. 홈에서 경기를 지켜 본 전북 팬들의 충격은 오죽할까?
오늘의 경기에 대해서 찬찬히 돌아보려 한다. 


중국의 맨시티? 광저우 

  광저우는 이야기 거리가 많은 팀이다. 우선 지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우승한 뒤 승격하자마자 바로 1부리그를 재패한 팀이다. 2위 팀과의 승점차는 무려 15점차. 그 원동력은 우선 구단의 막대한 자본력에 있다. 부동산 재벌 헝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구단 운영비가 약 600억원이었단다. 당연 선수 영입에도 막대한 자금을 퍼부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콘카라는 선수이다. 유럽 구단들도 눈독을 들인 선수인데, 광저우에서 약 160억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기사를 보니 전 세계 축구선수 연봉 3위라고 한다. 지난 겨울에는 박지성을 영입하려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 외에 공격진에 두 명의 브라질 선수가 있다. 지난 시즌 득점왕인 무리키와 세르비아에 귀화해 파르티잔에서도 뛰었던 클레오. 두 선수도 각각 50억 정도를 들여 영입한 듯 하다. 그리고 전 우리나라 국가대표인 조원희 선수가 뛰고 있다.
  외국 선수들만 화려한 것이 아니다. 팀 내에는 현 중국 국가대표 선수가 8명이나 있다. 아인트호벤에서 뛰었던 순시앙, 셀틱에서 뛰었던 정쯔, 전북에서 뛰었던 펑샤오팅, 그리고 우리 나라를 3:0으로 이길 때 골을 넣었던 가오린이라는 공격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C리그에서 무리뉴 급이라 할 수 있는 우리 나라 이장수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선발 구성
  
  전북은 눈에 익지 않은 선수 구성이었다. 내가 아는 전북 선발 구성과 좀 달랐다. 루이스가 빠져있고, K리그 개막전처럼, 중앙수비에 심우연 대신 임유환이, 박원재가 측면 미드 필더로 나섰다. 그리고 이번 시즌 새로 영입한 김정우와 서상민이 나왔다. 김정우는 부상 회복 중이라 리그 개막전에서는 명단에서 빠져있었기 때문에, 몸상태가 100퍼센트인지 궁금했다. 임유환은 개막전부터 계속 선발로 나오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리그 경기를 전부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임유환은 볼 때마다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많이 바왔던 터라 심우연이 부상인가 생각했다. 
  이적 후 처음 데뷔전을 치르는 두 선수를 투입했기 때문에, 이흥실 감독대행이 광저우를 조금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광저우는 앞에서 언급했던 외국인 선수 콘카와 무리키, 클레오에 가오린이 공격을 담당했다. 


시작

  광저우라는 팀이 많이 궁금했던지라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았다. 초반부터 광저우는 원정팀 임에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전북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지금까지의 다른 중국 클럽팀과는 확실히 달라 보였다. 3명의 외국인 공격수들의 개인기량이 몸값만큼이나 출중해 보였다. 전북 선수들이 1대1로는 거의 공을 뺏지못하는 수준이었다. 그 외 중국 선수들의 기량도 국가대표라 그런지 수준 이상이었다. 팀으로서도 패스웍이나 조직력이 뛰어나 보였다. 그에 비해 전북은 광저우의 압박에 쉽게 자신들의 흐름으로 경기를 끌어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전북의 모습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첫번째 승부처

  전반 중반 쯤 공을 사이에 두고 두 선수가 거의 동시에 태클이 들어갔는데, 그 과정에서 조성환이 중국선수의 무릎에 허리 쪽이 심하게 부딪힌 것 같았다. 잠시 라인 밖으로 실려나간 사이에 속행된 경기에서 바로 클레오에게 골을 허용했다. 전북 수비 진영에서 임유환이 패스한 공이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광저우 선수에게 연결되었고, 바로 골로 연결되었다. 광저우 공격진의 패스가 너무 깔끔했다.
  광저우의 경기력이 만만치 않아서 반드시 선제골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먼저 골을 내줘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전북 경기력이면 왠지 오늘 경기가 무척 힘들어 질 것 같았다.
  이후 조성환은 심우연으로 교체 되었다.(심우연이 있었네?) 

  
전북의 반짝 반격

  전북은 바로 공격에 나섰다. 한 골을 먹고나니 공격이 좀 활발해 졌다. 슈팅도 하나 둘 나오고. 에닝요가 두 번의 아쉬운 슛을 날렸으나, 하나는 골대를 살짝 빗나가고, 두번 째 슛은 골대를 맞았다. 아... 불길한 얘감이 들기 시작했다. 
  축구는 흐름의 경기인 만큼,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나면, 꼭 엄청난 위기가 찾아온다. 광저우의 외국인 선수들의 볼 키핑능력이 좋다보니, 수비하는 전북 선수들이 반칙을 많이 범하게 되었다. 결국 페널티에어리어 바깥 쪽에서 얻은 파울을, 광저우의 에이스 콘카가 프리킥으로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콘카가 잘 차기도 했지만, 전북의 김민식 골키퍼의 대응이 아쉬운 장면이었다. 골대에서 많이 구석으로 가는 슛팅이 아니었는데, 바운드가 되서인지 반응이 좀 늦었던 것 같다. 

  전반이 끝나기 전에 한 골이라도 만회하길 바랬지만, 결국 2:0으로 전반을 마쳤다. 김정우는 몸이 완전하지 않아보였다. 서상민도 측면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후반에 교체가 필요해 보였다.


후반 

  후반 들어서 전북은 크게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광저우의 공격이 날카로웠다. 무리키는 계속 왼쪽 측면에서 위협적이었다. 개인기 뿐아니라 발도 빨랐고, 수비 뒷 공간을 능숙하게 침투해 들어갔다. 최철순 혼자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결국 전북은 김정우와 서상민을 빼고 루이스와 정성훈을 투입해서 변화를 시도했지만, 클레오에게 세번째 골을 허용했다. 이 때 부터 '멘붕'이 오기 시작할 뻔 했으나, 1분만에 정성훈이 힐킥으로 멋진 골을 만들어냈다. 전북이 이대로 물러나진 않을거라는 희망이 조금 생겼다.

  그러나 희망고문이었나? 잠시 뒤 콘카의 골이 터졌다. 미들에서 압박이 조금 느슨하다 싶었는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중거리 슛으로 골을 넣었다. 클래스가 있어보이는 골이었다.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사이, 왼쪽 측면을 '탈탈'털어 버리던 무리키가 한 골을 더 추가했다.


돌아보기

  패한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는 것이 뭔가 결과론적인 이야기만 하게 될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몇 가지 이야기 해본다. 

  광저우가 경기력에서 확실히 압도한 경기였다. 외국인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 뿐만아니라 조직력이 확실히 갖춰져 있었다. 포백의 라인컨트럴이 인상적이었다. 전방에서부터의 압박도 좋았다. 이장수 감독이 팀을 잘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반해 전북은 선발진이 베스트가 아니었고, 김정우와 서상민을 투입한 것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 광저우의 전력을 조금 얕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반면 광저우는 전북을 상대로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전북이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팀이고 워낙 공격력으로 유명한 팀이라 전력이 많이 노출되어 불리했다고 볼 수도 있다. 

  전북은 미들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김정우는 제 컨디션이 아니었고, 김상식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거워보였다. 김상식이 수비 앞에서 제대로 커버해 주지 못하자 수비도 자연스레 흔들렸다. 황보원이 나오지 못한 것도 조금 아쉬웠다. 조성환이 빠진 이후에는 중앙 수비가 더욱 불안해 보였다. 미들에서 힘을 잃자 이동국이나 에닝요에게 공이 연결되는 횟수도 적었다. 박원재나 서상민이 측면에서도 잘 풀어주지 못해 총체적 어려움을 겪었다. 오른쪽 측면 수비인 최철순은 번번히 무리키에게 뒷 공간을 허용했다. 속도와 움직임을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다. 

  지난 시즌 전북은 K리그 우승팀으로서 크게 약점이 있어보이지 않았다. '닥공'으로 유명하지만, 실점도 리그 최저 수준으로 수비에서도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경기를 보다보면, 수비가 많이 단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수비는 조직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선수 개개인의 능력으로만 보자면 리그 내에서 최고라고 할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을 지금까지는 조직력과 미들에서 김상식의 커버로 보완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강력한 상대를 만나 전북의 약점이 들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결과가 시즌 초에 나타난 것이라 다행일지도 모른다. 챔피언스리그도 이제 조별 예선 첫 경기를 치뤘을 뿐이다. 전북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팀이 아닌 만큼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 요즘 EPL에서도 강팀사이에 엄청난 골차이가 나는 경기를 보다보니 약간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이흥실 감독대행은 다소 빠른 시기에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강희 감독의 빈자리를 잘 채울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다행인지 모르지만, 같은 조의 가시와(일본)가 부리람(태국)에게 패배를 당했다. 전북이 가시와만 확실히 잡는다면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