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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야기

[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 인터밀란 vs 토트넘

  



  오랜만에 축구 글. 지난해 전북과 광저우의 AFC 챔피언스리그 글 이후로 1년만이다. 사실 이번 경기는 자발적으로 본 것은 아니다. 그래서 경기를 꼼꼼히 보진 않았다. 다만 경기 내용이 재밌어서 이래저래 쓸거리가 생각났다.


  요즘은 새벽에 하는 유럽 축구 경기를 챙겨보지 않는다. 그 전에도 박지성이 나오는 챔스 경기나 챔스 결승 정도만 봤지만... 이제는 박지성도 챔스 나올 일이 없고, 몸이 버텨내지 못한다ㅠㅠ


  어제는 자소서를 쓰다가 밤을 지나 새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자소서를 많이 써보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스펙타클한 자소서 질문에 톱니 없는 나의 인생을 끼워 맞추려니 정신이 몽롱해지는 새벽이 아니면 잘써지지가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자소서 쓸 때마다 아침 해를 보고 잔 것 같다. 또 이런 것은 마감일이 닥쳐야 잘 써지더라. 


  아무튼 그래도 절반정도 쓰고 나서 시계를 보니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슬슬 눈도 감기고, 정신을 차리게 해줄 뭔가를 생각하다가 낮에 본 축구 기사들이 생각나서 생중계를 찾았다.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이 하는날이다. 관심경기는 역시나 토트넘과 인터밀란. 토트넘이 1차전 홈 경기에서 인터밀란을 3-0 으로 완승을 거둔지라 별 기대는 안했다. 며칠전 바르셀로나처럼 대역전 할 수도 있었지만, 인터밀란에는 메시가 없지 않은가. 아무튼 상황을 보니 전반 중반인데 인터밀란이 먼저 한골 앞서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넣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출전 선수를 살폈다. 토트넘은 베일도 안보이고 레넌도 안보인다. 1차전 점수차가 커서 여유 부리나 싶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베일은 경고누적) 인터밀란은 오랜만에 보니 절반은 모르는 선수다. '사주장' 사네티와 캄비아소가 반갑다. 사네티는 한국나이로 41세라는데 여전히 잘 뛴다. 잠시 보다가 소리만 들으면서 다시 자소서를 썼다.


  전반은 1-0으로 끝나고 후반. 몇 분지나자 갑자기 스피커로 관중들이 동요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인터밀란이 2번째 골을 넣었다. 갑자기 흥미진진 해졌다. 한골 만 더 넣으면 1, 2차전 합계가 같아진다. 다시 경기를 좀 보니 토트넘의 데포와 아데바요르가 영 신통치 않다. 결국 데포는 교체. 보아스 감독은 그래도 답답했는지 결국 레논 투입. 근데 사네티가 레논을 다 막는다. 속도로는 따라가지 못할 텐데 레논이 가려는 드리블 경로를 다 차단한다. 노련하다는 말이 딱 맞는 느낌. 


  다시 자소서 쓰다가 몇 분뒤 또 스피커가 울렸다. 결국 인터밀란이 해냈다. 3-0. 덕분에 잠이 싹 달아났다. 카사노가 프리킥 슛을 한 것이 수비벽을 맞고 굴절되었고, 갈라스가 골문 앞에서 걷어낸다는 것이 빗맞아서 골문으로 굴러들어갔다. 





  갈라스는 연신 껌을 씹어댈 뿐이었다. 해설자는 잔인하게도 갈라스에게 비수를 날린다. 


"항상 중요한 시점에서 자책골을 저렇게 넣는 선수에요, 네~"


  안쓰럽지만, 완전 틀린 말은 아니라 더 슬펐다. 


  이 때부터 토트넘 선수들도 정신을 차린 듯 했다. 그러나 인터밀란 골키퍼 한다노비치가 미친 듯이 막아내고 결국 연장으로 ㄱㄱ.  다시 자소서 쓰러 갔다가 몇 분 뒤 골~ 전후반 90분 내내 죽어있던 아데바요르가 넣었다. 그래도 아직 연장 초반이라 인터밀란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해설자 말이 연장전에도 원정골 우선 원칙이 적용된단다. 즉, 인터밀란이 2골을 넣어야 8강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끝났다 싶었는데, 그래도 명문팀의 저력인지 기어이 한골 더 따라간다. 4-1. 그러나 딱 거기까지.  쉽게 갈줄 알았던 토트넘은 죽다 살아난 기분일 듯 하다. 덕분에 나는 잠을 쫓았지만.


  하이라이트는 네이버에서 제공하고 있다. 보고싶으면 <여기 클릭>



  이 경기를 보고 생각난 경기가 있다. 바로 2009년 AFC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포항과 분요드코르[각주:1]의 경기이다. 생중계로 봐서 더 짜릿했던 기억이 난다. 내용으로 보자면 토트넘과 인터밀란 경기보다 좀더 드라마틱하다.

  

  영상을 보기 전에 상황을 좀 설명하자면, 1차전에서 포항이 분요드코르 원정 경기에서 3-1로 패하고 홈에서 2차전을 맞았다. 2골 차 이상 승리가 필요한 상황. 전반전까지는 0-0으로 포항이 암울했다. 나머지는 영상에서 확인! 경기 영상은 후반 하이라이트이다. 화질이 좀 구리지만 볼만하다. 

즐감~




  

  보너스로 토트넘 경기 앞뒤로 중계되어 조금씩 눈팅한 다른 유로파리그 경기 결과.


 바젤 : 제니트 

  박주호가 뛰고 있는 바젤이 제니트에 0-1로 패했지만, 1차전 2-0 승리로 8강 진출. 박주호는 전반기에 감독 바뀌고 벤치로 밀려나서 한국이나 일본으로 간다는 소문도 있더니만, 다시 감독 눈에 들었는지, 요즘 계속 주전으로 나오는 중. 이대로라면 국가대표에도 다시 복귀 하려나.


◆ 첼시 : 슈테아우아

  이 경기도 나름 빅 재미 경기. 상대가 빅클럽은 아니지만, 1차전 원정에서 1-0으로 패했기 때문에 불안불안한 상황. 전반에 마타가 먼저 넣으면서 쉽게 가나 했는데, 슈테아우아가 바로 한골 따라 붙어, 2골이 필요하게 되었다. 힘드나 싶었는데 존테리가 헤딩골, 그리고는 무려 토레스가 3번째 골을... 12경기만에 골을 넣어주셨다.





  1. 당시 우즈베키스탄 무패 우승팀. 대통령 딸이 구단 운영에 참여해 막대한 자금 투입. 감독이 무려 브라질의 스콜라리. 대부분 우즈벡 국가대표 선수로 구성.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도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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