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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so-so)하지만 깨알같은 일상

물금역 >>> 삼랑진역

  며칠 전 바람을 쏘이러 잠시 나갔다 왔다. 목적지를 정하지는 않고, 지갑과 휴대폰만 챙기고 나섰다. 
  
  자주 가지 않던 방향으로 가보기로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21번 버스를 타고 물금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정류장에 도착해 보니 도착 예정인 버스가 없어, 근처 탑마트에 들려 마실 음료수를 하나 샀다. 잠시 후 버스를 타자마자 어디에서 내릴지 생각했다. 새로생긴 시립도서관에 가볼까 했지만, 너무 가까운 것 같았다. 그렇다고 부산에 가는 건 너무 식상했다. 생각 끝에 물금역에 가기로 했다. 그 곳에 가면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갈 수 있었다.

  



  큰 역이 아니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빼곡한 시간표를 보면서 목적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탈 수 있는 열차는 많았다. 하행은 부산으로 가는 열차라 배제하고 상행 쪽으로 눈을 돌렸다. 물금역에는 새마을호가 서지 않는지 무궁화호 열차만 있었다. 종착역들이 대부분 너무 멀어 하루만에 가기는 힘들었고, 종착역 사이에 있는 곳으로 다녀 오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디에 서는지 알 수도 없고... 한 동안 서서 고민하는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삼랑진, 마산, 하동에 정차 하는 순천행 열차가 잠시후 도착한단다. 마산이나 하동은 멀지만, 삼랑진이라면 밀양이니까 금방 다녀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매표 직원에게 가서 지금 오는 열차를 탈 수 있는지 묻고, 삼랑진에서 돌아오는 열차가 언제 있는지 물었다. 2시 20분에도 있고 4시 15분에도 있단다. 돌아오기 적당한 시간인 듯하여 바로 표를 샀다. 원래 2500원인데, 입석 밖에 없어 2100원에 표를 샀다. 무궁화호이고, 순천행이라 사람이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었다. 
  

 
  기차를 타기 위해 육교를 건너야 하는데, 열차시간은 얼마 안남았고, 기차도 너무 오랜만이라 몇 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지 몰라 허둥댔다. 다행히 한 곳에만 사람들이 몰려있어, 그 곳을 보고 찾아갔다. 기차가 도착해서 문이 열리자 입구에서 부터 사람들이 서있었다. 확실히 좌석이 없는 듯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사람들이 군데군데 서있었다.

  무궁화 열차는 군 시절 백일휴가 복귀할 때 타보고는 처음이었다. 그 때 기억이 잠깐 떠올랐다. 서서 가니까 눈높이가 맞지 않아 창밖의 풍경을 볼 수 없었다. 낙동강의 풍광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잠시 후 원동역에 정차했는데, 마침 내 앞에 앉아계시던 할머님 3분이 내리셨다. 아무도 안타서 그 때 부터 운좋게 앉아갔다.


  멋있게 찍고 싶었는데 좌절. 햇빛에 손도 반사되고... 낙동강 경치는 좋았지만 4대강 공사 중이라 강변이 파해쳐지고 있었다. 



  삼랑진역에 도착. 


   
물금역은 철로 사이를 육교로 건넜는데, 삼랑진역은 지하로 이동하게 되어있었다.




  물금역 보다 조금 더 큰 규모의 삼랑진역. 역시 실내는 조용했다. 매표 직원에게 돌아가는 열차 시간을 확인하고 역을 벗어났다.




  밀양 시내와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역 주변 모습은 여느 지역 읍내 정도의 모습으로 보였다. 물금역 주변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역 오른편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니 작은 동네가 나왔다. 기찻길 옆으로 마을이 계속 이어졌다. 어느 정도 걷다가 배도 고프고 기차시간도 다 되어가서 역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밀양이라 그런지 돼지국밥집에 몇 군데 있었다.




  눈에 띄는 간판. '한국인 돼지국밥'. 왠지 들어가야할 것 같았다. 들어가서 국밥을 시키고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았다. 6천원. 물가가 정말 많이 올랐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식당 TV로 뿌리깊은 나무 재방송을 봤다. 





    맛은 깔끔했다. 따로 국밥이 아닌데 기본적으로 밥이 따로 나왔다. 밑반찬도 괜찮은 듯. 배불리 먹고 나와 슈퍼에서 커피를 하나 사서 역으로 갔다.





  부산 방면 게이트를 찾아 올라갔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건너편 무리 중에 한 아저씨가 내 쪽에 있던 학생들에게 건너오라고 소리쳤다. 무슨 소리인가 해서 다시 쳐다보니, 거기는 열차가 안서니 빨리 건너오란다. 건너편에 사람들이 많았고, 열차가 오는 소리도 들려 허겁지겁 건너편으로 갔다. 알고보니 우리가 서있던 곳은 경부선 열차가 지나는 곳인데 삼랑진 역은 경부선 열차가 서지 않는단다. 그리고 우리가 타는 열차는 경전선이라는 것. 나중에 알았지만 경전선은 남부지방을 횡단하는 열차다. 그래서 순천행이었던 것. 하마터면 기차를 놓칠 뻔했다 ㅎㅎ


   
기차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미리 표를 끊어놔서 앉아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좌석이 낙동강 반대쪽이라 아쉬웠다.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경전선을 알게되었으니 다음에는 계획세우고 하동이나 순천까지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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