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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so-so)하지만 깨알같은 일상

땅콩 중독

  아.. 땅콩에 중독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처음 한 건 약 1년 전쯤인 것 같다. 어느 순간 어머니께서 사오신 볶은 땅콩을 끊임 없이 먹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다. 멈출수 없었다. 예전에 아버지께서 땅콩 많이 먹으면 설사한다고 말씀하신게 생각나서 겨우 멈추긴 했지만, 결국 이틀만에 다 먹어버렸던 것 같다. 

  사실 콩이나 다른 견과류 종류를 모두 좋아라 한다. 두유도 완전 좋아하고. 그런데 땅콩처럼 중독을 생각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땅콩 한 알을 까서 입에 넣고 깨물면 나는 그 맛, 그 맛이 혀에 닿으면, 혀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그 맛을 뇌로 전달하고, 나의 뇌에서는 마치 "땅콩 하나 추가요!"라는 명령을 내리는 듯하다. 이런 과정의 무한 반복이지 싶다. 땅콩을 한 알을 입에 넣는 순간 내 손은 또 다른 땅콩을 집어 껍질을 까고 있다. 조금이라도 타이밍을 놓칠까 내손은 서둘러 남은 껍질을 털어 입에 넣는다. 

  요즘은 볶은 땅콩보다는 삶은 땅콩을 더 좋아라하고 잘 먹는다. 어머니께서 시장에서 흙이 뭍어있는 상태의 완전 생땅콩을 사와서 삶아 주신다. 물에 넣고 삶기만 하면된다. 어릴 적 삶은 땅콩을 처음 먹을 땐 조금 비리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삶기 때문에 수분이 좀 있고 껍질채 먹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볶은 땅콩보다 삶은 땅콩이 더 좋다. 말랑말랑하고. 

  원래 어릴 때는 콩을 좋아하지 않았다. 여느 아이들 처럼 밥에 있는 콩도 싫어했고, 두유도 비리다는 느낌에 절대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20살 이후로 입맛이 바뀐 것 같다. 어느새 두유는 나의 완소 음식이 되었고, 동생이 싫어하는 밥 속에 콩은 내가 다 골라먹는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삶은 땅콩을 가져다 놓고 먹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어제 자기 전에도 한움큼 먹고 잤는데.. 뭐 인스턴트 식품도 아니고 하니 좀 많이 먹는다고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나름 조절하고 있다. 

  내가 땅콩 중독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든 생각중 하나는, 살아오면서 땅콩 중독이란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예전 헐리웃 영화를 보다보면 가끔 땅콩 버터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본 기억은 있다. 나는 달고 느끼한 맛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 땅콩 버터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는 않는다. 아무튼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있나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많지는 않지만 좀 있다. 나만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ㅎㅎ

  컴퓨터 앞에 가져다 놓은 땅콩이 다 떨어져 간다. 땅콩 더 생각나기 전에 이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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