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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so-so)하지만 깨알같은 일상

왼손잡이의 비애(?) #1

  약 9개월만에 글을 쓰게 만든 이번 이야기는 딱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그 날 바로 블로그에 글을 쓰리라 마음 먹었던 것은 아니다. 한 3일쯤 지나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문득 이 일을 소재로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 떠오르고 글의 도입부가 술술 머리 속에 떠올랐다. 할 일 없이 멀뚱멀뚱 두눈 뜨고 정신 말짱할 때는 생각도 안나던 것들이 잠들기 직전에 이리 떠오르다니... 일어나서 쓰고 잘까 했지만 그랬다가는 밤을 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에 쓰자고 마음 먹었다. 다음 날 육체노동을 해야했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이 필요했다. 

  암튼 각설하고, 지난 주 월요일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내가 주말에 알바를 하느라 그 동안 잘 만나지 못했었는데, 몇몇 친구들이 나를 위해 월요일에 스케줄을 맞췄다. 약속 전날인 직장인 김군과 수험생 이군의 연락이 와서 약속을 잡았다. 원래는 친구들이 양산에 방문해서 통도사를 가려했으나, 무더위에 산보할 자신이 없어 김해에서 만나 조촐히 놀기로 했다. 당일까지도 통도사 행을 원했던 직장인 김군은 더위에 쉽게 무릎 꿇었다. 암튼 저 둘에 또 다른 친구 대학원생 김군을 포함해 우리 넷은 김해 외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4시에 만나기로 했다.

  근처에 사는 이군이 마중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원생 김군은 밀양 집에서 제초작업 하는 중이라 좀 늦게 온다고 했다. 잠시 후 직장인 김군이 도착했고, 대학원생 김군이 오기 전까지 뭘 할지 생각해보기로 했다(결국 대학원생 김군은 오지 못했다). 언제나 그렇듯 둥글게 둥글게 대형으로 터미널 앞 김해 관광지도를 보며 고민했다. 월요일이라 박물관은 전부 휴관이었고, 김수로왕릉 같은 관광지들은 실외라 너무 더울 것 같았다. 그러다 이군이 스크린 골프 어떠냐며 말을 꺼냈다. 오옷!! 우리끼리 한 번도 해보진 않았지만 뭔가 참신했다. 나와 김군도 급 동의했다. 김군과 이군은 최신 스마트 폰으로 근처 스크린 골프장을 검색하고, 김해 주민 이군이 앞장섰다. 

  10분 정도 걸어서 검색했던 골프장을 찾았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조용했다. 혼자 연습중인 아주머니 한분이 있었고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한 쪽 방에서 직원이 나왔다. 스크린 골프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제일 큰 방을 내주었다. 그런데 그제서야 스치는 생각하나. 나는 왼손잡이... '왼손잡이 채가 있을까?' 방에 들어가니 샷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두 자리 있었는데 한쪽이 왼손잡이 방향이었다. 그 걸 보고는 당연히 왼손잡이 채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며 사장님한테 물어봐야한다고 했다. 잠시 후, 힘빠지게 만드는 직원의 대답이 돌아왔다. "죄송한데 왼손잡이용 채가 없다는데요." 아... 오늘 골프 못치나. 다른 골프장 알아봐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골프장에 있을 거라는 확신도 없고 해서 다른 곳에 가지는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나때메 안치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그냥 둘이 치라고 했다. 나는 구경이나 한다고. 그러자 김군이 그러지 말고 오른쪽으로라도 치자고 했다. 가만히 있기도 그래서 한번 폼이나 잡아봤다. 하... 뭔가 어색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답답했다. 

  왼손잡이는 슬프다. 가위를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엄지손가락의 아픔, 야구할 때마다 글러브 끼는 걸 포기해야하는...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를 치러와서 이런 아픔을 느끼게 될 줄이야..ㅠㅠ  나의 슬픔은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까지 이어졌다. 아직 우리 사회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둥 뭐 이런... 왼손잡이여 일어나라!
 
  물론 머리 속으로만 생각했다;;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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